독일 유학 시절의 회고 독일의 대학생과 한국의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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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시절을 회상하며 독일의 대학생에 대한 생각과 추억을 떠올려 본다.

독일 대학생들은 – 한국의 -대학생들을 생각하면 -굉장히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유학시절 한국에 유학온 지 얼마 안 된 학생들이 들려주는 #한국의_철학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매우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고등학교때부터 기숙사 생활, 그것도 신학교 기숙사 생활을 해서 일반 대학생들의 일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한 유학생이 유학을 오기 전 한국의 한 대학 대학원 입학 면접시험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경제사정은 어떤가. #학비 마련 문제없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마치 #철학공부에 형편이 좋은 것이 필수적인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철학적인_관심과_문제의식이 확실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막상 내가 귀국해 대학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며 공부하는 사정을 알게 되면서 나도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깨달았다.

수업료도 만만치 않았고 도서관이 열악해 필요한 책을 구입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었다.

그리고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용돈도 생각보다 많이 필요한 것 같았다.

거기 지방에서 온 학생들은 #하숙비에 #생활비에 정말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철학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철학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생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 가난한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힘들게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오로지 공부에만 힘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서 엉겁결에 나도 대학원 입학면접시험 때 지원생 가정형편을 알고 싶었다.

나도 속물이 됐는지, 실용주의자가 됐는지 나도 모르게 놀랐다.

이런 한국 대학생들에 비하면 독일 대학생들은 정말 모든 조건을 갖춘 것 같았다.

첫째, 아무도 대학에 오지 않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내가 결정하고 집에서 허락하고 대학에 가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

9년의 김나지움 과정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게 됐는데. 크게 이공계와 인문계로 나뉘며 인문계에도 고전어계와 현대어계 등 여러 유형이 있다.

그리스어 계열의 인문계 김나지움 졸업생들을 보면 놀랄 정도로 그리스어를 썼다.

그쪽 계열 출신이 아닌 교수들도 #고전_그리스어에 관해서는 그곳 졸업생들에게 자문을 구할 정도였다.

어쨌거나 김나지움 과정에서 일반 교양에 대한 공부까지 모두 마치고 온다.

대학은 완전 전문화 과정이다.

그래서 석사과정, 즉 대학원인 셈이다.

중간고사(Zwischen prüfung)라는 것에서 논문을 쓸 자격이 있는지 검토하는 절차가 있다.

한국에서 학부를 마치면 이 중간고사를 면제받고 그 다음 단계에 들어간다.

그러나 학부를 졸업하지 못하고 학교를 졸업했을 때는 중간고사에 해당하는 자격시험을 치르거나 대등한 과정(#Studien kolleg)을 거쳐야 한다.

어쨌든 독일 대학은 이 대학처럼 교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이 교양교육 때문에 #대학의_전문성과_학술성이 떨어져 대학 분위기가 아카데믹하지 않다.

아데나워 재단과 학술 심포지움

대학에 들어간 독일 학생들은 무척 진지했다.

칸트프로 세미나에 들어가 김나지움을 막 끝내고 온 독일 학생들과 함께 세미나를 하였는데, 이미 김나지움에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모두 읽은 학생들이었다.

토론에서 칸트 원본 내용을 달달 외우듯 설명해 깜짝 놀랐다.

독일은 모든 교육이 대화와 토론 위주로 이뤄진다.

나도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했기 때문에 내 아이들도 #독일_유치원에 다니고 큰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마칠 수 있었다.

그러다 유치원에서 무엇을 교육하고 초등학교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지가 대충 드러났다.

◆각자가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대화_중심으로 모든 교육이 이루어졌다.

그것이 토론을 좋아하는 독일인의 민족성으로까지 승화된 것이다.

그곳에선 어디서나 #토론이었다.

가족모임에서도, 친척이나 친구들 모임에서도, 학생들의 맥주파티에서도 그렇다.

TV도 큰 정치문제가 있을 때마다 토론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러면 온 국민이 보면서 자기 의견을 말한다.

독일인은 그저 어딜 가나 만나도 말과 토론일 뿐이다.

독일은 국가적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돈이 없어 재능 있는 학생이 공부를 못할 경우 최대한 막기 위해 온갖 장치를 동원하고 있다.

이 점이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개인의_운명’에 맡기고 방치하고 있다.

모두 개인 탓이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집에 돈이 없으면 그 재능을 묻혀버릴 수밖에 없다.

지금 얼마나 많은 능력 있는 젊은 학자들이 힘들게 공부를 마치고 학위까지 받고도 능력을 발휘할 곳이 없어 좌절하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마다하지 않겠는가!
나의 대자이기도 한 #신상희 박사의 죽음이 바로 이런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어떤 기관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도도히 이 땅의 ‘#학벌주의’와 ‘#자본주의’는 잘 굴러가고 있다.

김나지움을 나온 학생은 독일 어느 대학에나 입학할 자격이 주어진다.

자신이 원하는 전공에 따라 원하는 대학을 선택하여 입학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다.

그러면 원하는 대학에 자리가 있어야 그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등록금이 없으니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잠자리와 생활비다.

잠자리는 대학이 마련한 기숙사와 대학이 속한 도시가 확보하고 있는 #사회복지_건물이 해결한다.

그다음 생활비는 그 학생의 #부모의_수입에 달려있다.

부모의 수입이 학생의 학비를 댈 여력이 있다면 부모가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회피하려고 할 경우, 자치체가 학비를 강제적으로 지불하게 하는 제도가 정비되어 있다.

그래서 독일 대학생은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한다는 말은 할 수 없다.

그 다음에 여러 가지 형태의 #장학금_제도가 있다.

수많은 단체들이 능력 있는 청년들을 발굴하여 지원하기 위해 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거기에 정당도 나서고 있다.

독일은 정당이 자신들의 ‘정치 이념’에 따라 시민에게 PR하여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교육하고, 자신들의 정당 이념을 지지하도록 하거나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들의 지지자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청소년들을 잡는 것이 아닐까!
일반고에 다니는 학생부터 시작해서 김나지움 학생, 그리고 대학생까지 손을 뻗어 자신들의 정당이념과 정책을 홍보하고, 같은 생각 속에서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홍보한다.

거기에는 모든 정책이 다 들어 있다.

취업 근로시간수 최저임금 복지 교육 생태 등 모든 이슈가 망라돼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돼 있음을 끊임없이 주지시키고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한다.

그리고 막말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애쓴다.

#정당장학금의 상당수가 바로 이런 잠재적 사회 엘리트를 자기 당원으로 만들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모든 정당들이 앞 다퉈 실력 있는 대학생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장학금을_통해서_학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선호되는 대상은 누구일까!
#법학도와_의학도다.

법대와 의학자들은 장학금을 주겠다는 곳이 너무 많을 정도다.

그러니 가난한 가정의 학생이라도 이곳에 입학하기만 하면 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그 다음 #이공계가 공부만 마치면 취업에 문제가 없으니까 지원을 많이 해준다.

독일에서도 #인문사회계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여기서는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정당이념이니 정책이니 하는 것은 결국 인문사회계열 엘리트들이 책임져야 할 분야다.

실력이 있다고 인정받으면 장학금은 쉽게 받을 수 있다.

독일은 장학금의 일정 부분을 외국인을 위해 책정해야 한다.

그것이 법률로 정해져 있다.

특히 #개도상_나라의_젊은이를 도와야 한다.

유학시절에 한국이 이른바 개도국에 속해 있었기에 나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귀국할 무렵에 중국 학생들이 주목을 받았다.

70년대만 해도 독일 유학을 떠난 사람들은 실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사람들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유학 시험을 관장하고 그 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합격할 수 있도록 했으니까. 독일의 정당 장학기관들이 국내 특정 대학과 손잡고 독일에서 공부할 학생을 선발하기도 했다.

어쨌든 독일에 유학 온 학생 가운데 장학금을 받는 사람이 꽤 있다.

이들이 다른 유학생들의 선호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나처럼 독일 현지에서 선발된 사람도 꽤 있다.

그 과정을 보면 이공계는 비교적 잘 나가는 편이었다.

우선 유학 온 사람들은 모두 특출한 학생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독일에 와서 정말 열심히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공계는 #실험 실습이 많다.

일단 실험이 시작되면 밤낮으로 주말을 가리지 않고 그 실험에 몰두해야 한다.

과정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면서 관찰한 데이터를 기록 수집 정리 분석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분야 학생들은 걸핏하면 밤샘만 하고 주말 헌납도 다반사다.

뮌헨의 학생 운동

아무리 연구생이긴 해도 독일 학생들은 사생활을 원한다.

그래서 밤을 새워 주말에 반납하는 경우를 최소화하면서 연구 성과를 내려고 한다.

그런데 지도 교수로서는 자기 희생 속에서 연구 분석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까!
여기에 한국 학생들이 눈에 띈다.

한국에선 그런 연구가 익숙하기 때문에 홀대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자기 연구와 관계가 있는 마당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들여 학위 과정을 빨리 마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지 않은가!
그래서 실력 있는 헌신적인 이공계 유학생은 그 분야의 장학금을 확보하고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다.

뮌헨에서도 그런 유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같은 #아데나워 장학금을 받는 학생도 꽤 있었다.

하지만 인문사회계열은 쉽지 않았다.

현지에서 선발된 학생은 좀처럼 없었다.

독일인이 선발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우선 최단시간에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학위를_마치다_몇_있다’는 것에 역점을 둔다.

장학금을 주었는데 학위도 없이 귀국해버리면 그들로서는 그야말로 돈 낭비 아니냐!
그런 점에서 전반적으로 #한국_유학생들은 독일인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일단 선발된 인사들이 대부분 학위를 마치고 귀국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미에서 온 유학생들은 중도에 공부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열정적인 남미 학생들이 독일에서 살면서 독일 여성을 만나 결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공부를 그만두고 적당한 일을 찾아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하지만 한국 유학생은 그런 경우가 아주 드물다.

한국 유학생이 인문사회계열에서 장학금을 받는 경우를 보면 철학과 법학이 그래도 많은 경우인 것 같다.

독일 장학기관에서도 그 점은 생각했을 것이다.

#독일철학과 #독일법학을 세계적으로 알릴 필요성이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의 경우 대부분 학위를 마치고 귀국하면 대학에 정착한다.

그러면 학위를 받은 교수들은 무엇을 할까? 독일 철학과 독일 법학을 중심으로 강의하고 연구할 것이 아닌가!
이보다 확실한 자신의 학문적 역량에 대한 홍보가 있을까!
나도 하이데거 철학과 독일 철학에 대한 #홍보대사 역할을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
그러고 보면 내가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장학금을 받았지만 나는 충분히 그에 대한 보답을 한 셈이다.

기림 : 김병정의 ‘이미루, 뮌헨 꽃집에서’, 아데나우어재단과 학술심포지엄, 뮌헨 학생운동(2020.07.08.)

김병종의 ‘이미륵, 뮌헨 꽃집에서’